2024년 6월호

이동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건만…

  • 2020-01-30 12:41:54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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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좋은 1, 사진은 어떠세요?”

즐겨 보는 영화잡지에 실린 사진아카데미 광고 문구다. 설렘이나 기대감 없이 덤덤하게 맞은 올해여서 지금이라도 뭔가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과 동시에 기쁜 마음도 생겼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월이면 달력에 특별한 행사, 생일, 기념일 등 행복한 날들을 적어두고 흐뭇해하던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새 달력에 기록하는 시기를 계속 미뤄뒀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또 그 일을 열심히 했던 때도 있었다.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수영을 하고 호신술을 배우고 피아노를 쳤다. 겨울이면 스키를 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왕성하게 창조적인 활동과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부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뤄 놓은 뛰어나고 좋은 업적들을 체험하고 즐기는 소비자로 역할을 선회한다. 나는 아무래도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한동안 잊고 지냈으나 이전에 오랜 기간 꿈꾸었던 영화제 따라 여행하기가 불현 듯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아는 것만 해도 20개 정도 되는데 아마 더 많을 것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서 평소 접할 수 없는 주제의 영화를 본 후 도시를 꼼꼼하게 사유하고 돌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창조하고 생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 것이 없고 우리가 잠시 스치듯 보는 예술품에도 때로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비장한 서사가 들어있다. 나는 바람직하고 성실하며 창작자의 노고를 이해하는 수준 있는 소비자가 될 것임이 분명하므로 나의 게으름과 박약한 의지에 면죄부를 주려한다.

김미정 / 희망북구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