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호

이동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 2020-03-02 12:28:06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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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은 맞벌이 부부 가족으로 아들 둘은 장성하여 회사에 다닌다. 가끔 우리 집에 과일을 가져온다. 네 식구가 먹기도 부족할 텐데 주는 것을 보면 고맙기도 하지만 때론 받아도 되는 것인지 망설여진다.

불교에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는 말이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에게 베푸는 보시를 뜻한다.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선하고 착한 행동이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남에게 베풀 수 없다. 마음이 가난하면 베풀기는커녕 내속을 채우기에 바쁘다. 베푼다는 것은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보석이다.

앞집의 여사님은 아들 둘을 출가시키고 홀가분하게 산다. 때론 집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취미생활도 즐긴다. 손자·손녀가 와서 할머니 뭐해요?”하면서 재롱을 부린다.

얼마나 귀여울까? 자식 키울 때는 바빠서 어떻게 키웠는지 몰랐는데 아이들의 재롱만 봐도 마냥 즐겁다고 한다.

그 분은 우리 아들이 대학입시를 며칠 앞두었을 때 찾아와서 꼭 합격하도록 열심히 기도 할게요라고 하며 합격 선물을 전해주었다. 선물보다 열심히 기도해준다는 말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 덕분인지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잘 다니고 있다.

성경에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란 말이 있다. 이웃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요즘은 아파트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언제 이사 오고 가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쿵쿵거리는 소음문제나 담배연기로 인한 다툼도 많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 따뜻한 인사만 나누어도 이웃의 정은 두터워진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생각하고 위해 준다면 좋은 이웃이 되지만 점점 자기중심적이고 배려가 인색한 세상으로 간다. 나는 따뜻한 이웃이 있어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산다.

박용규 / 금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