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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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경제 위기 전화위복의 기회로

  • 1997-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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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승 욱 (경남전문대 경영정보과 교수)


엄마는 토요일 오후 아이손을 잡고 새로 맞춘 옷과 신발에 곱게 머리를 단장하고 번화가를 엄청난 인파속에서 맵시있게 뽐내면서 한참을 거닐었다.
콧노래가 나오고 전부 자기를 봐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울면서 길바닥에 주저 앉아 버리는게 아닌가.
엄마는 신이나서 막가는데 나는 딸려가다 힘이들어 더 이상 못가겠고 더구나 보이는 것은 앞사람 엉덩이 뿐이고 핸드백에 바쳐 못가겠다는 것이다.
엄마는 제멋에 마냥 들떠서 건물이고 상가고 전부가 멋있게 만 보이고, 아이는 어른들 엉덩이만 보고 가다가 주저 앉아버린 이 어처구니 없는 제 각각의 광대놀이 같은 눈 높이를 우리 모두가 이 시대에 연출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1890년대 국운이 극도로 쇠약하여 외세에 시달리다 못해 1905년에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드디어 1910년엔 식민지로 전락했는데 100년후인 오늘날 세계 각국은 21세기를 준비하느라 한해 예산(70조원) 보다 더 많은 600억달러를 빌려도 빚을 갚을 지 의문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또 빌려 주어도 얼마나 모진 수모를 요구할 것이며, 생산기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빚 갚는데 빌린 돈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즉시 주어야 하는 절박성이 참으로 암담할 뿐이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2월 3일전까지 국고의 외화 보유가 300억달러가 넘는다며 조금도 의심말고, 구제금융도 필요없다며 정부를 믿으라던 고위관리들, 나라 꼴을 파산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바로 그 경제 관료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과 돈 빌리는 협상의 주역이 되어 허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으며, 앞으로 닥칠 일들이 걱정과 시름만 남는다.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가파르게 올라 갈 것이고, 감원은 늘어나고 실업자는 일자리를 못 구해 가계는 쭈그러 들것이며, 세금은 훨씬 더 내야 하고, 금융기관이 파산되니 저축은 어디다 할지 불안하기 그지없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언제 부도가 나 쓰러질지 한치 앞을 모르고, 외국의 경제 간섭은 갈수록 더 조아 올 참담한 오늘, 더 큰 문제는 서로 불신하고 이웃간에 인정이 메말라 웃음이 없고 도둑이 득실거리는 불안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침묵케 한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으로 은행과 기업을 인수·합병할 것이고, 일본은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무차별 공략대상으로 초토화시킬 것이 우려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가장만 나무래야 하나, 온 가족이 무절제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고 극도로 절제된 가정경제를 통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돌려야만 한다.
첫째로, 우리의 저력과 근성을 민족성으로 재 결집해야 한다.
잿더미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을 이루어 냈던 저력이 있었기에 재충전이 충분한 근성있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근면·검소·재활용·내핍생활이 절실하다. 생활 전반에 걸쳐 부지런하고 아끼며 다시 쓰고 절약하는 철저한 허리띠 졸라 매기가 몸에 배여야 한다.
셋째는, 창의성을 계발해야 한다. 기업이 도산되고 경기가 없다고 마냥 줄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바닥이 나고 만다. 각자는 저마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국내외 틈새산업에 끼어드는(벤처기업) 활발한 공격적 사고력을 신장시켜야만 살 수 있다.
넷째는, 모든 의사결정을 감성적 판단에서 이성적 판단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 물건사기, 기분풀이 소비지출, 체면치례 모양내기 등 감성적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 냉정하고 실용적인 이성적 사고로 생활 의사결정구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다섯째는, 그래도 정부를 믿고 신뢰해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불신하고 저주하며 못마땅해 했는가 마는,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이 지경을 당해 보고 크게 각성하고 한편으로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하여 심기일전 노력할 것이니 정부를 믿고 따르며 협조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새 대통령의 국가 발전을 위한 야심찬 비젼을 믿고 따른다면, 오히려 국내 산업구조 체질개선시기가 앞 당겨질 것이고 경제위기도 2∼3년내 충분히 극복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다만, 위정자들의 분발하는 모습이 아쉽지만 그래도 곱게보고, 신뢰하며, 흐트러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저력이 아니었든가! 개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적 감각을 한층 갖추는 아픔과 시련을 통한 성숙된 우리들의 모습을 북구민부터 가슴 뜨겁게 느끼며, 저마다 건전하고 이성적인 눈높이 경제를 지향하여 『위기를 기회』로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큰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대적 숙명을 감내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