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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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최 해 갑 (수필가. 화명동 출신)

  • 199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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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이기심


사람과 동물과의 차이점을 인류학자들은 사람은 첫째 말이 있어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과, 또 하나는 손으로 연모를 만들어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나는 이에 덧붙여 사람은 양심이라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 더 큰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양심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 것을 쉽게 말하자면 사물의 시비(是非)·선악(善惡)을 분별할 줄 아는 천부(天賦)의 능력을 말한다.
이에 수반되는 것은 윤리 도덕이다. 이러므로 사람은 양심과 윤리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는 스스로가 자책감을 가지고 서러움을 알아 이것으로써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人間이다.
이와반대로 이기심이란 글자 그대로 자기의 이익과 쾌락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래서 동물에게는 양심이 없고 다만 이기심만 있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기 배만 부르면 남이야 해롭건 말건 아랑곳없이 행동하는 것이 동물이다.
가령 소를 곡식밭이나 채소밭 가까이에서 놓아 먹일 때 사람이 잠깐만 한눈을 팔거나 자리를 비우면 어느새 이기심이 발동하여 곡식을 훔쳐먹거나 채소밭을 짓밟아 버린다. 요즘 인간 사회에서도 이런 동물적인 이기심으로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신문 기사가 매일 보도되는 것을 본다.
손쉽게 신문보도의 보기를 들어보면 공장폐수를 비오는 날이나 남이 보지 않는 밤에 방류하는 공장 기업주들의 동물적인 이기심이라든지 또 자주 듣게되는 사례는 부정 식품으로 콩나물을 농약으로 길렀다든가 이에 질세라 가짜 참기름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더 묘수(妙手)로 톱밥을 섞어 고춧가루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또는 우리나라 주부들을 모두 색명으로 취급하는지 고기(조기)에 누른색을 칠해놓고 떳떳하게 팔고 있다는 보도를 볼 때 이 모두가 인간만이 가지는 양심은 아랑곳없이 동물적인 이기심으로 철면피의 얼굴을 가지고 돈만 벌겠다는 돈 수전노(守錢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일본 속담에 “병풍과 장사(商人)는 굽지 않으면 못 선다”는 말을 절실히 실감한다.
지금까지는 양심을 속이고 동물적인 이기심만을 행동의 보기로 들었지마는 이번에는 이와 대조적으로 그야말로 양심적인 미담을 소개한다.
며칠 전 어느 신문보도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바쁜 걸음에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나와 자가용 차에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가게 주인이 땀을 흘리면서 뛰어와 몇 푼 안되는 거스름돈을 그 아주머니 손에 넘겨주고 돌아갔다는 밝고 착한 양심의 사례를 보았다.
이 미담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나는 이것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소위 IMF의 한파 바람에 더욱 이기주의로 메말라가는 어두운 현실에 한점의 밝은 등불이라고 본다.
이래서 자기의 몸을 선악을 가리지 않고 돈에만 눈이 어두워 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옛날 기생에 대해서도 “기생도 양심은 있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단순히 천한 말이 아니고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시금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고 또 음미해 볼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